내가 너무 소심한건지 소심할 수 밖에 없는건지 남들이 소심하지 않은건지 모르겠지만 나는 사소한 일에도 느끼는 부담감과 답답함이 남들 이상이다. 작게 시작한 일이 어느 순간 나의 인생에 조금이라도 의무를 지게 하는 순간 그게 정말 너무 부담스럽고 답답하다. 모든 일이 의무가 되기 시작하면 그것이 너무 참을 수가 없는거다.
이런 성격적 특징이 내 인생 전반에서 나를 우울하게 만든다. 우울하지 않을 수가 없지. 사람이라는 것이 과연 일상의 의무를 제쳐놓고 살 수 있는 존재인가. 의무없이 정말 내 자발적 의지로서만 살아갈 수 있는가. 의무가 없어진다고 내 자발적 의지로서만 살아간다고 과연 내가 바라는 진정한 자유가 오는걸까. 감성과 이성의 적절한 조화 그리고 사회와 개인의 적절한 조화. 내가 너무 완벽주의식 행복과 자유를 이야기하는 것일까? 요즘 뜨고 있는 완벽주의 대신 최적주의를 택하면 적절히 사회에 순응하고 비벼가며 살아갈 수도 있잖아. 그것조차 마음이 안 드는 것보니 나도 꼬일대로 단단히 꼬였다. 아니, 솔직히 말해서 행복과 자유라는게 요즘 뜨는 자기 계발서나 어른들을 위한 아이들 동화처럼 쉽게 정의 내릴 수 있는건 아니잖아. 인간사에서 가장 중대한 문제고 가장 오랜기간 동안 고민되어온 문제가 책 한권으로? 한 순간의 낙천주의로? 그건 그냥 순간을 위한 눈가림이지. 이쯤에서 갑자기 영화 아메리칸 뷰티가 생각난다. 하지만 주인공은 결국 사회적 억압에 미쳐버린 한 개인에 의해 충동적으로 살해되잖아. 그건 무슨 의미인지 해석해 놓은 비평이 왜 하나도 없냐고.
답답함이 이루 말할 수 없고 잠을 자려고 누우면 베게와 내 머리 사이로 손 하나가 들어와 내 머리를 받치고 있는 느낌이다. 내 머리를 베게에 편하게 눕힐 수 조차 없다니. 하지만 그 이유의 원인을 찾자면 끝도 없겠다. 내 또 두번째 성격적 특징이 '게으르면서 까다롭다'라는 것인데 이는 어쩌면 위에서 말한 일종의 '부담감'과 '답답함'이 누적되면서 '무기력증'을 야기시키고 그게 또 '부담감'과 '답답함'을 만들어내는 악순환에서 오는듯. 사소한 것에 의무를 지는 것에 대한 부담을 너무 심하게 느끼다 보면 그 어떤 사소한 것도 시작하지 않게 된다. 마치 누가 말했듯 머리를 감는 방법을 알아도 귀찮음에 감지 않으려 하고 그래도 나가고는 싶으니 대충 모자를 쓰고 치장을 해서 감춘 후 나가버리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 식으로 내 머리는 떡이 질대로 진 상태다. 이 정도 떡진 머리를 보니 내 머리를 만지고 싶은 생각도 안든다.
그래도 나가고는 싶으니 나가는 본다. 그래봤자 내 떡진 머리는 그대로겠지만.
아씨발 누가 감겨줬으면 싶기도 한데 그러면 내가 그 사람 떡진 머리도 감겨줘야 하니까 또 그건 싫은가보다. 이기적인 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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